영상을 보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분명 ‘유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는 추악한 우승열패(優勝劣敗)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뒤틀린 근대(近代)로부터 이어져온 더러운 가치관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해당 영상이 아무런 하자가 없는 평이한 구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그 속에 내재된 우승열패의 논리들을 엿볼 수 있다. 유머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필자는 ‘가장 순수한 교류’라 정의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무대가성(無代價性)의 우호적 교류’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처럼 유머란 어디까지나 순수함을 유지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그러나 영상의 내용은 순수와는 동떨어져 있다.

영상 속에서는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인물도 유머를 ‘지극히 순수하게’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심층에는 유머로 인해 얻게 될 득실(得失)이 자리 잡고 있고, 영상은 오히려 그러한 계산을 조장하는 분위기이기까지 하다. 가령 영상 속에서 유머로 인해 성공한 인물로 등장하는 서보원 상무를 보여주고, 유머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보여주는 대비효과는 과연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그리고 면접시험에서 순발력과 유연성을 보기 위해 유머감각을 테스트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은 무슨 의도일까? 또한 기업들이 유머러스한 인재를 선호한다는 통계와 각 종 업체에서 유머를 이용하여 성공한 사례를 보여준 저의는 무엇인가?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우승열패 신화만들기’를 엿볼 수 있다. 우승열패의 논리에 의해 유머는 성공을 위한 것이며, 그 성공의 가치는 극단적 자본주의식 사고와 결합하여 개인의 행복이 아닌 재화의 가치로 재단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 신화가 탄생하고 그 신화는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을 따르지 않는 이들은 낙오자, 패배자 등으로 매도되며 그들의 가치관은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 얼마나 파쇼적 발상인가? 전두엽의 활동을 거론하며 유머감각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을 하는 부분은 흡사 일본제국의 야마토정신(大和精神)을 보는 듯했다. 이와 같이 한국 사회의 우승열패 논리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논리와 유사하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아직도 제국주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근대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당 영상은 우(優)와 열(劣)이 정립될 수 없는 가치에 무리하게 우열의 개념을 확립하려 한다. 천민자본주의와 결탁한 한국식 우승열패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자본이 절대적인 지표로서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영역도 존재한다.(행복, 사랑 등의 추상적인 개념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미덕’이라 할 수 있는 가치관은 시대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可變的) 개념이므로 애당초 절대적인 가치를 확립하려 하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가령 과거에는 과묵이 미덕이었고 과묵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또한 고사(故事)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듯이 우직한 바보는 세상을 바꾼다.(반론적 사례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유머에 관한 우승열패의 논리는 사상누각과 같이 빈약하고 위태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상이 지상파 방송사인 SBS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은 우승열패의 논리가 한국사회에서 확고부동한 헤게모니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는 바이다. 이 사실은 영상을 보는 내내 필자의 마음을 한없이 울적하게 만든다. 언제쯤 한국사회에서 우승열패 논리가 사라지고 보다 근본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될 것인가? 이는 지식인으로서 대학생들이 해결해야할 중대 과제이다.

profile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에게 빈말을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