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글 수 108
판소리 명창 한승호 선생님께서
오늘 세상을 떠나셨다
다른 별들의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놀라움이 앞섰지만
오늘은 다른 것이 떠오르기도 전에 쓸쓸한 슬픔부터 밀려온다
교분은 없었었지만
한승호 선생님의 이미지는 그랬다
꼬맹이이던 시절
어느 여관에서 국창 임방울 앞에서 소리를 하여 극찬을 받았던 천재 명창
매일매일 바뀌는 소리에 따라갈 이가 없어서 그럴싸할 붙박이 제자 하나 두지 못했으나
1976년부터 인간문화재로 활동하셨던 우리 소리판의 대나무 같은 예인
하여 쓸쓸했던 말년...
2001년이었던가
90대의 정광수 선생님과 80대의 한승호 선생님이 함께 꾸미셨던 무대가 떠오른다
이젠 두 분 다 우리 곁에 안 계시고
소리판에서는
노익장이란 것을 볼 수 있을 기회가 점점 사라져간다
몇 년 전 어느 술자리에서 만난 어느 판소리 애호가는
한승호 선생님께 소리 한 자락 배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고
나는 열심히 기회를 만들어보겠노라 장담했었다
하지만 난 그후로 오늘까지 선생님을 전혀 뵙지 못했다
점점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늘어가는구나
한승호 선생님
같은 시대에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맨 오른쪽에 계신 분이 한승호 선생님
가운데에는 몇 년 전 먼저 가신 박동진 선생님
뒤에는 이생강 선생님과 이은주 선생님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에게 빈말을 하지 말자

